연극 ‘겨울선인장’, 오는 28일까지 혜화동 ‘키 작은 소나무’에서 공연

‘키 작은 소나무’는 작지만 편안하고, 부족하지만 열정적
기사입력 2010.03.04 06:48 조회수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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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선인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식물. 그런 선인장이 잎 대신에 가시가 돋게 된 데에는 사막이라는 환경이 한 몫을 했다고 한다. 밤에는 얼어버릴 정도로 춥고, 낮에는 타버릴 것처럼 더운, 물도 없고 변변한 그늘조차 없고 푸석푸석한 모래뿐인 토양.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뾰족해진 선인장의 가시처럼, 우리는 어느덧 사회의 풍파와 모진 세상살이로 뾰족해질 대로 뾰족해 있다.

그렇지만 선인장은 살아간다. 충분치 않은 물을 몸에 담아두고 모래바람에 이기기 위해 뿌리를 내리면서 사막에서 살아나간다. 겨울선인장은 이 거친 세상, 특히 성적 소수자(게이)에게는 더욱 거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모래바람에도 꿋꿋한 선인장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고, 살아남기 위해 희망을 믿고, 살고 싶기에 사랑을 하는 네그루의 선인장은 지치고 힘들기만한 사막 같은 세상에 있는 우리에게 다시금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7년째 지리멸렬한 연애에 지쳐버린 ‘후지오’, 주위의 시선과 뜨거운 열정 때문에 7년의 연애를 접으려 하는 ‘가즈야’,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없지만 다가올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있는 ‘베양’, 여장 남자이지만 누구보다 남자답고 누구보다 소녀 같은 ‘하나짱’. 이들은 매년, 죽은 야구부의 동료를 추모하며 한번 씩 야구모임을 갖는다.

해는 지나가고 매년 야구모임은 변함이 없이 이루어지고 야구부 모임의 모이는 친구들은 줄어가고 그 속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오던 네 명의 관계와 일상도 점점 미묘하게 변해간다. 그 안에서 누구는 결정을 하고 누구는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마음을 밝히고 누구는 그 자리에 머물고 누구는 그 상황을 지켜본다.

그리고 10년 후, 그들의 크리스마스 기념 케이크에 촛불이 꽂아지고 불이 붙는다. 횃불처럼 활활 타오르지 않지만 소소하고 잔잔하게 소망처럼 빛을 발하는 촛불처럼 그들의 희망이 피어오른다.

일본에서 영화, 연극, TV 드라마 등 폭넓은 장르에 걸쳐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재일동포 2세인 정의신(鄭義信.50)씨. 일본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이다.작가 정의신은 그의 생활에서 겪은 게이들의 이야기를 ‘겨울선인장’에 놀라우리만치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정의신은 중앙대 교수로 활동 중이며 한국연극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신작 ‘바케레타!’가 11월 26∼2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정 씨의 한일 합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은 일본 요미우리연극상 대상을 비롯해 기노쿠니야 연극상, 문부과학상과 한국의 제1회 대한민국연극대상을 휩쓸었다. 2006년 일본-필리핀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초연한 이 작품은 일본 도쿄를 거쳐 이번이 세번째 무대다. 그가 한국 배우만으로 구성한 첫 공연이기도 하다.

혜주 역의 배종옥 씨는 “1980년대 후반 신주쿠 양산박 극단에서 정 씨를 처음 봤을 때 순수한 열정으로 작업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 후 그의 작품을 보며,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세세한 감정을 끄집어내서 인생을 표현하는 방식이 나랑 잘 맞을 거란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의신 씨의 작품을 한국 연출가가 연출 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정의신 본인이 이미 작가임과 동시에 연출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겨울선인장’은 한번도 한국에서 공연된 적이 없는 작품이며, 라이센스 조차 허가가 난 적이 없다. 그러나 최초로 조 컴퍼니에서 정의신 작가의 작품을 라이센스를 받아 공연하는 최초의 극단이 됐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한성대 방향으로 100미터에 위치해 있으며, 목조로 만들어져 예쁜 외관을 지닌 극장 ‘키 작은 소나무’는 휴머니티를 담아내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감동시키고자 하는 취지에 문을 열게 됐다.작은 극장에서 큰 감동을 담아내자는 마음으로 따뜻한 이야기의 탐구가 들이 극장 안을 매일매일 훈훈하고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키 작은 소나무’는 작지만 편안하고, 부족하지만 열정적이며, 소박하지만 풍족한 극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윤승현 기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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