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화 회원 인터뷰]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 거기에 사람이 있다.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에 따른 인터뷰를 공개
기사입력 2023.12.20 10:30 조회수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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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여연대제공-이동화 회원 인터뷰 모습

 

참여연대는 이동화회원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에 따른 인터뷰를 공개 했다.

 

인터뷰 내용

2023107일 오전 이동화 회원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 부근 부린 마을에서 올리브를 따고 있었다. 아시아 분쟁지역에서 인권·평화활동을 하는사단법인 아디(ADI)활동가인 그는 팔레스타인 평화여행’ 4일째 일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은 하마스’, ‘장벽등으로 박제된 이미지 너머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날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1을 펼쳤다. 전 세계 언론은 경악할 테러를 벌인 하마스와 피해자이스라엘 간 대결 구도로 기사를 써댔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전쟁을 선포한 뒤 1117일 현재까지 무차별 보복 공격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병원까지 공격하면서 환자들은 물론 갓난아기들도 목숨을 잃었다. 미숙아들이 인큐베이터에서 분리돼 사망한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사망자 숫자는 1110일 현재 11,078명에 달한다. 이 중 4,506명이 어린이이고 3,027명이 여성이다.

이 사태는 그저 하마스의 무모한 공격 때문에 벌어진 걸까.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은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무고한 이들의 죽음은 어떻게 막고 무너져버린 삶의 터전은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이동화 회원을 118일 만났다. 매일 팔레스타인 주민과 활동가 친구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눈시울이 붉어지는 슬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팔레스타인에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했던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을 3년 만에 갔습니다. 저희는 서안지구에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안전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많이 해서 일정을 변경하고 일찍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이 있던 날은 올리브를 따는데 농장 너머 검은 연기가 짙게 올라오는 거예요. 인근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주민들이 하마스에 대한 보복으로 불을 지른 거였습니다. 이전부터 서안지구에서는 불법 정착촌 주민들의 공격과 위협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자지구 상황은 어떤가요?

긴급 모금에 대해 논의하려고 가자지구 활동가와 계속 통화를 시도하는데, 공습 때문에 통신회사 기지국들이 파괴됐다 복구됐다 해서 나흘 만에 겨우 연락이 됐어요. 가자지구는 세종시 크기의 면적(360)210만 명이 살아가는 인구 밀집 지역이에요. 팔레스타인 사람 대부분 가자지구 북부에 사는데 이스라엘이 북부의 하마스 근거지를 궤멸하겠다며 사람들에게 모두 남부로 내려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구의 3/4에 이르는 150만 명이 남부에 몰렸어요.

그런데 남부에서도 매일 12~15번 포탄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어젯밤(117)에만 5곳이 공습당했대요. 폭격이 있기 전에 비행기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지나가면 그 뒤에 터지는 거죠. 사람들이 화장실로 대피했다가 잠잠해져서 나가보면 집 30m 앞의 땅이 주저앉아 있는 상황이라고 해요. 이렇게 매일 폭격하니 사망자 수치가 600, 700명씩 올라가고 있습니다.2

가자 뿐만 아니라 서안에도 공습이 있어요. 이스라엘이 하마스 근거지라고 보고 있는 제닌 캠프 등을 수시로 공격해요. 주민들이 집회하는 곳에서도 작전을 펼치죠. 아디 현지 활동가도 집회 현장에 난사된 총알 유탄에 옆구리를 관통당했습니다. 원래 현지 활동가들과 영상회의를 할 때 마지막 인사말은 늘 건강해(Stay health)”였는데 이제는 안전을 지켜(Stay safe)”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매일 조마조마해요.

이번 참극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며 공언했습니다. 원인 제공자를 하마스로만 보고 비판하는 게 맞을까요?

하마스 공격 직후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환호하거나 열광하기도 했어요. 가자지구에서는 1996년에 6~10m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완성된 뒤 2007년 봉쇄가 시작됐고, 서안지구에서도 438에 달하는 콘크리트나 철조망이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어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귀환을 위한 대행진 시위Great March of Return’로 가자지구 주민들이 장벽 아래를 걸으며 평화시위를 하는데 이스라엘 저격수들이 시위대의 다리를 조준하며 총을 난사했습니다. 수천 명이 총상을 입었어요. 장벽을 숙명처럼 여기고 지내던 주민들에게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영화처럼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철조망을 넘고, 이스라엘군 탱크 위에서 만세를 부르는 장면은 예상치 못한 해방감을 준 것 같아요.

결국 참극의 배경에는 봉쇄와 공습이 반복된 역사가 있습니다. 2007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이후 2008·20121·2차 가자전쟁이 있었죠. 2014년 이스라엘 소년 3명이 살해되자 가자·서안지구에 대한 공습이 벌어졌고 2021년에도 가자지구 폭격이 있었고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공격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는 일상이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봉쇄와 불법 점령으로 팔레스타인의 빈곤율과 실업률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팔레스타인 점령을 말하지 않고 오직 하마스의 선을 넘은 저항행위만 문제 삼는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원망스러운 일일 거예요.

인권·평화운동가로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생각도 복잡하고, 현지 활동가나 주민들과 괴리되는 지점 때문에 고민이 있으실 것 같아요.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저항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은 분명히 있습니다. 무차별적 민간인 공격은 허용할 수 없어요. 아디와 연대하는 팔레스타인 활동가들도 이에 대한 공감대는 있습니다. 다만 주민들은 입장이 다양합니다. 제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걱정하자 지금 폭격으로 당장 죽으나 다음 폭격으로 나중에 죽으나 똑같다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어요.

저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군부가 모두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봅니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무차별적 공격한 것은 분명한 학살행위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시오니즘3세력 역시 국제법도 무시한 채 분리 장벽을 유지하고 불법 정착촌을 계속 건설한다는 점에서 양극단의 문제점을 균형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팔레스타인 이슈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03년 이라크에 가서 반전 평화운동을 했어요. 그러면서 한국이 파병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 당시 저를 맞이했던 아랍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등을 느꼈어요. 그래서 중동의 평화를 주제로 활동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랍어를 배우려고 2005년 요르단대학 어학센터에 공부하러 갔지요. 아랍어를 공부하다 보니 팔레스타인 이슈가 저절로 와 닿았어요. 중동 전체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문제니까요. 어느 날 요르단대학 도서관에서 지도를 보는데, 당시 지도에는 팔레스타인이 표기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도책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손글씨로 팔레스타인이라고 다 써놓은 거예요. ‘여기 우리가 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간절함이 절실하게 다가왔어요. 제 활동의 시작은 그 지도책에 손으로 표시된 팔레스타인표시였던 것 같아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10년간 활동하다가 아시아 분쟁지역의 인권과 평화를 지키는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아디를 꾸렸습니다.

저는 민변에서도 국제연대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단체의 국제연대 활동은 한국 이야기를 해외에 알리는 일이 주를 이룹니다

[백종일 기자 dashanru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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