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신재생 에너지 확대의 관건, 전력 저장장치’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전력 시스템 개편
기사입력 2010.07.07 07:35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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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의 대표 주자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풍력, 태양광 발전의 경우 전력 생산이 기후 변화에 따라 급변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발전 능력과 소비 수요 사이 완충장치 역할을 할 전력 저장장치의 도입이 긴요해질 전망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던 태양광, 풍력이 유망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신재생 에너지보급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전체 발전원 중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20%, 2050년까지 50%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미국역시 신재생 에너지의 의무 사용 비율을 명시한 신재생 에너지 의무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RPS)를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RPS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의무 사용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렇듯 신재생 에너지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면 전력 시스템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 에너지가 전체 발전원의 채 5%가 되지 않는 현재 상황과는 달리, 향후 30~40%까지 증가한다면 전력 시스템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전력 시스템 개편

현재의 전력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중앙 집중형 시스템이다. 전력사업자가 수요를 예측해서 공급 계획을 수립하면, 발전소에서 일괄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서소비자에게 즉각 제공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정확하게 수요를 예측하고, 적시에 발전기를 가동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풍력, 태양광, 파도 등 자연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발전량을 임의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거나, 맑은 날씨임에도 설치된 태양광 패널 위로 구름이 지나가는 일이 빈번하다. 독일의 전력회사인 E.ON Netz에 따르면 하루 만에 풍력 발전량의 최고치와 최저치간 차이가 4,340MW에 이른다. 대형 발전소 예닐곱 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신재생 에너지의 이러한 변동성은 기존전력망에 많은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전력 시스템은 전력의 생산과 소비 시점의 불일치에 대비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태양광 발전의 경우 발전량이 가장 많은 시점은 햇볕이 강한 오후이지만, 실제 가정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점은 이른 저녁이나 아침이다. 풍력 발전 역시 다들 잠자리에 드는 밤에 바람이 세게 불면 초과 생산된 전력은 그냥 버려지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전력 시스템 전반의 전력품질 관리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력품질은 전압, 주파수로 평가된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집 안의 콘센트에 적혀있는 전압220V, 주파수 60Hz가 전력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공급되는 전력이 해당 기준의 오차범위를 벗어날 경우 각종 전자제품의 고장 및 오작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도입으로 수급여건이 실시간으로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전압 및 주파수에 이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전체 전력시스템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신재생 에너지의 불확실한 발전량은 송전망 확충 등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입지가 탁월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가 등장하고 있다. 사막에 들어서는 태양광/열 발전소, 바람이 많은 산지 혹은 바다에 자리잡은 풍력단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사막이나 바다에서 생산한 전기를 소비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신재생 에너지는 발전량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송전망을 무작정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풍력의 경우 최대 발전량 대비 평균 가동률이 20% 언저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적정 규모의 송전망 투자와 효율적인 운영 방안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신재생 에너지 고유의 변동성은 전력 시스템 차원에서 새로운 이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은 온실가스 감축을 향한 글로벌 차원의 움직임인 만큼 각 국 정부와 전력회사는 신재생 에너지 도입 확대에 따른 전력 생산의 변동성과 수급 시점의 불일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현재 시스템은 변동성 관리 어려워

물론 현재 전력 시스템도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부분적으로 갖추고 있기는 하다.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몇가지 발전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도입 확대 시에도 수요 증감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영하던 기존 발전소를 탄력적으로 활용할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풍력으로 생산되는 전력량이 줄어들면, 현재 수요 증가 시에 가동하는 가스터빈 발전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전력 시스템의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인 만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석유, 가스 발전소를 가동시킬 경우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근본적인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발전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일정부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량이 감소할 때, 다른 발전소의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 추가 건설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소비자는 추가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실시간으로 전력망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의 등장은 이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수요 절감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개별 발전소가 아닌 시스템적 측면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일부 흡수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 우선 넓은 지역에 분포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연결함으로써 날씨변화로 인한 발전량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개별 발전소의 변동성은 줄일 수 없지만, 전체 전력망 단위의 변동성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과의 전력 거래를 통해 풍력 발전에 따른 전력 생산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있다. 발전량이 남을 때 전기를 판매하고, 발전량이 모자라면 인근 국가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모든 국가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전력 시스템이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처럼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 때는 변동성의 폭이 크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 중20~30%를 넘어가게 되면 발전량의 변동폭이 현재 전력 시스템의 수용 범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 관리의 대안, 전력 저장장치

궁극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전력 저장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발전량이 많을 때는 전기를 충전하고, 소비량이 많을 때는 전기를 방전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간극을 효율적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력 저장장치는 짧은 시간내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량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도 하다. 저장장치를 사용할 경우 충/방전 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전체 전력망 입장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향후 신재생 에너지와 저장장치의 결합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기구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미래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해 전력 저장장치에 주목하고 있다. 205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46%까지 증가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또 국지적으로 전력 생산의 변동성이 적지 않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부 유럽의 경우 풍력 발전의 변동성이 5% 미만이면 현재의 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지만, 5%에서 30%에 이를 경우 필요한 전력 저장장치의 규모가 90GW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는 189GW에서 305GW 수준의 저장장치가 요구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 저장장치의 보급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염두에 두고 전력 저장장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전력회사들이 2014년까지 피크 수요의 2.25%, 2020년에는 5%에 해당하는 전력 저장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AB 2514가 제안되었다. 또한 Thomson Reuter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0년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이 꼽은 가장 매력적인 투자 아이템 중 하나로 에너지관리 시스템과 전력 저장장치가 꼽혔다. 시장조사기관인 GTM Research는 현재 약 3억6,500만 달러에 불과한 전력 저장장치 시장이 2015년에는 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와 결합된 저장장치의 등장

그렇다면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전력 저장장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전력 저장장치는 출력과 용량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출력이란 순간적인 힘이며, 용량이란 저장된 에너지의 총량을 뜻한다. 즉, 물을 저장할 때, 물통이 커서 많은 양을 담는 것은 용량이 큰 것이고, 담아놓은 물을 빨리 꺼내 쓸수 있도록 수도꼭지가 큰 것은 출력이 큰 것이다. 태양광 발전으로 낮에 생산한 전기를 밤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용량이 커야 하지만, 몇 초혹은 몇 분 사이 대용량의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경우에는 출력이 큰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전력 저장장치 관련 업계에서는 고출력, 대용량을 목표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꾀하고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전력 저장기술로는 양수 발전을 들 수 있다. 양수 발전이란 강줄기에 댐을 만들어, 전기가 남을 때 물을 퍼 올렸다가, 전기가 모자라면 물을 방류하여 터빈을 돌림으로써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입지 선정이 어렵고, 생태계 교란의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강이 아닌 바다에 전기를 저장하는 역방향 해양양수발전(Inverse offshore pump accumulation, IOPAC)이 네덜란드에서 제안되었다. 바다 한가운데 인공섬 Energy Island를 만들고,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가 남으면 바닷물을 섬 밖으로 퍼냈다가, 전기가 부족하면 바닷물을 섬안으로 유입시키면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바다 한가운데 인공섬을 만든 것은 육상 양수발전에 따른 각종 입지상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대형 전력 저장장치로 CAES(Compressed air energy storage)를 들 수 있다. 동굴, 대수층(aquifier), 암염 채굴이 끝난 지하에 공기를 압축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미국의 Iowa Stored Energy Plant는 풍력과 CAES를 결합시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로 공기를 압축시켰다가, 필요할 때 연료를 섞어 가스터빈을 돌릴 수 있다. 다만 CAES는 압축공기를 가둘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지반을 찾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최근 압축 공기를 땅 속이 아닌 바다 속에 저장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영국 Nottingham 대학의 Garvey 교수는 풍선처럼 생긴 Energy Bag에 공기를 담아 바다 속에 넣어두는 방법을 제시했다. 깊은 바다에 설치하는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등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2차 전지의 약진

이외에도 최근 전력 저장장치 시장에서는 2차 전지의 약진이 돋보인다. 2차 전지란 충방전이 가능한 배터리이다. 지금까지 대용량 2차전지는 주로 납축전지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정전시 임시로 전기를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장치(Uninterruptible Power Supply, UPS)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 태양광패널을 설치한 주택이나 빌딩이 늘면서 신재생 에너지의 보조전원으로 납축전지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효율, 짧은 교체주기, 폐기물 처리 문제로 새로운 2차 전지의 등장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대용량 NaS 전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NaS전지란 음극에 금속 나트륨(Na), 양극에 황(S), 전해질에 세라믹 계열의 ß-알루미나를 사용한 2차 전지이다. 다수의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신뢰성과 안정성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대형 전력 저장장치로서 가장 먼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9년 기준으로 약 200여 곳, 총 270MW의 NaS 전지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NGK가 세라믹 기술을 바탕으로 독점공급하고 있으며, 2000년대 초반 상용화된 이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와 결합하여 일본 아오모리 현의 Futamata 지역에서 51MW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보조하기 하기 위해 2MW짜리 17개,총 34MW 규모의 NaS 전지가 설치됐다.

또한 기존의 휴대폰,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던 리튬이온전지 역시 전력 저장장치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전지를 택하는 전기차가 늘면서 기술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 역시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리튬이온전지는 최근 태양광과 결합하여 가정이나 빌딩에 설치할 수 있는 전력 저장장치로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Sol-ion 프로젝트는 태양광 발전기와 5~15kWh급 리튬이온전지를 결합시킨 시스템으로 프랑스와 독일에서 입증된바 있다. 게다가 리튬이온전지의 출력이 MW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일례로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 회사인 EnerDel사는 DOE의 지원하에 1MW 규모의 전력 저장장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조금 생소하지만 대용량 전력 저장장치로는 플로우 전지(Flow Battery)도 주목받고 있다. 플로우 전지란 액체상태의 전해질이 외부탱크에 저장되어 있다가, 충방전을 할 때는 펌프를 통해 전지 내부로 흐르면서 활성물질이 이온교환막(ion exchange membrane)을 통해 산화(Oxidation)-환원(Reduction) 반응을 일으키는 전지이다. 기존 2차 전지는 양극, 음극, 전해질이 하나의 전지에 들어있지만, 플로우 전지는 전해질이 순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덴마크의 Risø National Laboratory는 풍력과 함께 바나듐 리독스 플로우 전지를 운영하고 있다. 플로우 전지는 리튬이온전지나 NaS 전지보다 대용량이며, 설치 용량을 조절하기가 쉽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고출력을 위한 저장장치도 필요

반면 단시간에 큰 출력을 내는 전력 저장장치도 등장하고 있다. 불과 수분, 수초 내에 수급 여건이 급변할 경우 주파수가 요동치거나, 전압이 떨어지는 등 전력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풍속, 풍향이 갑자기 바뀌는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이다. 특히 풍력 발전에서는 조만간 바람이 멈출 것으로 예상되면 디젤 발전기 등 다른 발전기로 대체할 수 있을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최근 주목받는 전력 저장장치로는 슈퍼 커패시터, 플라이휠(Flywheel), 초전도 전력장치(SMES) 등이 있다.

플라이휠은 전기가 남으면 팽이를 회전시켰다가, 전기가 모자라면 돌고 있는 팽이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회전하는 팽이를 진공 상태의 컨테이너 속에 넣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초전도체 베어링을 사용하여 마찰을 줄이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Tehachapi 풍력발전소에서는 Beacon사가 California Energy Commission의 지원을 받아 플라이휠을 설치하였다. 또한 출력뿐만아니라 용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 혁신도 계속되고 있다.

다량의 전기를 순식간에 공급하는 장치로 저항이 0인 초전도 코일에 전류를 저장하는 원리를 이용한 초전도 전력 저장장치(Superconducting Magnetic Energy Storage, SMES)도 등장했다. 초전도 현상은 보통 영하 250도 이하의 극저온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단열저온용기와 냉각기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일본 Sharp는 Kameyama 공장을 세우면서 5,210kW의 태양광 발전소와 함께영하 269도에서 가동되는 10MW 규모의 초전도 전력 저장장치를 함께 설치했다.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전도 기기들은 실증사업을 통한 기술 개발 중이며,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기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새로운 저장 시스템 구축

보다 혁신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국가차원의 인프라 형성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소이다.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면, 필요할 때마다 수소를 사용하여 연료전지를 가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덴마크 롤랜드의 베스텐스코브(Vestenskov)라는 마을에서는 풍력, 수소, 연료전지를 결합시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격과 효율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청정 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미래 기술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 가정용 전력 저장장치를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가정이나 빌딩에서 태양광 발전과 함께 2차 전지를 설치하는 곳이 늘고, 전기차가 꾸준히 보급된다면 우리주변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력 저장장치의 종류와 숫자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Dong Energy는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에 저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전력회사 AEP 역시 소형 전력 저장장치를 제어하는 Community Energy Storag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력을 저장하는 대신 전력망 연계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여러 국가가 인접해 있는 유럽에서는 넓은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하나의 초대형 전력망(Super Grid)으로 엮을 계획이다. 일례로 올해 초에는 북해연안의 풍력, 파력, 태양광 등을 연결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총 9개 국가가 참여한 North Sea grid가 제안되었다.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노르웨이의 30GW에 달하는 수력 발전소에 저장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 필요

살펴본 바와 같이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 저장장치가 핵심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와 전력 저장장치가 널리 도입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전력 저장장치는 기존의 모바일 기기와 달리 대용량, 고출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효율, 가격을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전력 저장장치는 소재, 설계, 생산 공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저장장치를 모니터링하고, 일정한 전력 품질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주변장치역시 새로운 기술개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전력반도체, 인버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전력 저장장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한 신생 기술인 만큼 투자 불확실성이 크고, 정책적 관심이나 지원 분야에서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 저장장치는 온실가스 저감이나 발전 설비투자 비용 경감 등의 범국가적 관점에서 파급효과가 매우 큰 기술이다. 녹색경제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책 규제 당국은 전력 저장장치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도 중요하다. 전력저장장치의 경우 초기 시장 선점이 향후 사업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신뢰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기업만이 시장진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코리아뉴스 김민석 기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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